배경 음악
그는 방금 막 고백하고 온 참이다. 처음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도 때때로 애인은 있었다. 지금 그의 상태를 보면 당연히 알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된 적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이별을 통보받았다. 아무런 미덕도 아니지만, 진수 스스로는 한 번도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다.
진수가 바보는 아니다. 그게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여자들이 결국 넌더리가 나서 자신을 떠났다는 것 정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변할 생각이 없으니까.
대신 그는 낯선 여자에 대한 호감을 끊기 시작했다. 비록 제 입으로 이별을 통보한 적이 없다지만, 세상 어느 남자보다 한심한 놈이 되는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진수가 바보는 아니다. 그게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 여자들이 결국 넌더리가 나서 자신을 떠났다는 것 정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변할 생각이 없으니까.
대신 그는 낯선 여자에 대한 호감을 끊기 시작했다. 비록 제 입으로 이별을 통보한 적이 없다지만, 세상 어느 남자보다 한심한 놈이 되는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진수
'그래서 뭐...?'
그는 생각했다. 그게 세상을 사는데 그다지 불편하지도, 불리하게도 작용하지 않을 것인데 고생하며 고치느니 여자 없이 살겠다고.
그런 그에게 오늘의 고백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부풀 일이다. ‘누구냐, 진수의 닫힌 마음을 솜방망이로 열어젖힌 무적의 여인이?’ 진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물었으리라. 그러나 그 누구도 진수의 입을 열 수는 없을 것이다. 진수는 그녀를 이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오늘의 고백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부풀 일이다. ‘누구냐, 진수의 닫힌 마음을 솜방망이로 열어젖힌 무적의 여인이?’ 진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물었으리라. 그러나 그 누구도 진수의 입을 열 수는 없을 것이다. 진수는 그녀를 이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진수
로, 제발 예스라고 대답해 줘.
진수는 운전대에 기대어 엎드려, 연극이라도 하듯이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중요한 건 그가 그녀를 바로 ‘로’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로! 그 한 글자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완전한 개새끼는 아니다. 나이 차가 크기는 하지만 진수는 험버트 험버트 박사처럼 과격한 취향은 아니다. 그저 진수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게 그것일 뿐.
빼빼로 두 개를 나란히 세운 만큼의 나이 차이라니! 진수는 그래서 그녀의 이름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녀를 항상 ‘로!’하고 불렀다. 나이 든 사람에게 그깟 11살 차이는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십 대 총각이 이십 대 여자를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진수가 이십 대라면, 퓨어한 범죄가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로는 알지 못했다. 진수가 왜 자신을 ‘로’라고 부르는지를. 롤리타! 그 이름을 들어도 그녀는 영문도 모를 게다.
그녀는 문학에도, 성에도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진수는 로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고백하고 싶었다. 그는 그런 쪽으론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8번 고백하였고 6번 여자를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6번, 이별을 통보받았다.
로! 그 한 글자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완전한 개새끼는 아니다. 나이 차가 크기는 하지만 진수는 험버트 험버트 박사처럼 과격한 취향은 아니다. 그저 진수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게 그것일 뿐.
빼빼로 두 개를 나란히 세운 만큼의 나이 차이라니! 진수는 그래서 그녀의 이름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녀를 항상 ‘로!’하고 불렀다. 나이 든 사람에게 그깟 11살 차이는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십 대 총각이 이십 대 여자를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진수가 이십 대라면, 퓨어한 범죄가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로는 알지 못했다. 진수가 왜 자신을 ‘로’라고 부르는지를. 롤리타! 그 이름을 들어도 그녀는 영문도 모를 게다.
그녀는 문학에도, 성에도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진수는 로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고백하고 싶었다. 그는 그런 쪽으론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8번 고백하였고 6번 여자를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6번, 이별을 통보받았다.


진수
로! 이번이 나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야.
진수는 햄릿처럼 독백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잘 알았다. 자신의 간절함이 기이할 정도로 평면적이라는 것을. 전혀 입체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차여버려도 그 평면의 면적만큼만, 흔들리고 말 것만 같은 불안함이 느껴졌다. 그 사실이야말로 가장 큰 불행임을 진수는 잘 알고 있었다.
진수는 폰을 열어 로에게 보내었던 고백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겐 의미 없는 메시지나 오류처럼 보였을 것이다. 로도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는 물어왔었다.
진수는 폰을 열어 로에게 보내었던 고백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겐 의미 없는 메시지나 오류처럼 보였을 것이다. 로도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는 물어왔었다.
로
이게 대체 뭐예요?

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틈이 나면 보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진수는 한 달 동안 같은 걸 로와 메신저로 대화하는 중에 끼워 보냈다.
55 6D 2C 20 6D 79 20 4C 6F 21 20 49 20 72 65 61 6C 6C 79 20 72 65 61 6C 6C 79 20 6C 69 6B 65 20 79 6F 75 2C 20 70 6C 65 61 73 65 20 62 65 20 6D 79 20 67 69 72 6C 66 72 69 65 6E 64 3F
로가 컴퓨터를 전공했더라면 그것이 인코딩된 문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고 그건 진수의 의도대로였다. 몇 차례 저 문자를 받을 때마다 로는 진수에게 되물었었다.
55 6D 2C 20 6D 79 20 4C 6F 21 20 49 20 72 65 61 6C 6C 79 20 72 65 61 6C 6C 79 20 6C 69 6B 65 20 79 6F 75 2C 20 70 6C 65 61 73 65 20 62 65 20 6D 79 20 67 69 72 6C 66 72 69 65 6E 64 3F
로가 컴퓨터를 전공했더라면 그것이 인코딩된 문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했고 그건 진수의 의도대로였다. 몇 차례 저 문자를 받을 때마다 로는 진수에게 되물었었다.
로
흐음, 진짜 저거 뭐죠? 오류에요? 문서 깨졌을 때 저런 거 막 뜨는 거 봤어요.

로는 그 이상의 궁금함을 가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겨우 일주일이 가지 않았다. 로는 그저 진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가끔씩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받아들여 버린 것 같았다. 저런 기이한 메시지가 나타나더라도 로는 하던 말을 태연하게 계속했다. 사실, 진수는 로의 대화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그녀는 그 또래 여자들 특유의 주제 전환 속도를 뽐내었으므로 진수로서는 애초부터 그걸 상대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진수가 로에게 지쳤던 것도 오늘 고백한 이유이기도 했다. 매듭을 짓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그녀의 젊음을 어중간한 상태로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욕망이 생겼다.
진수에겐 저런 간단한 문자는 컴퓨터의 도움이 없어도 바로 읽을 수 있는 문자였다. 그 스스로가 디코딩 기계였다.
오늘 그는 로가 보는 앞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제야 로는 그가 지금까지 일부러 저 길고 괴상한 문자를 일부러 보냈음을 깨달았다. 진수는 이어 그녀에게 사이트 주소를 덧붙여 주었다.
그녀는 그 또래 여자들 특유의 주제 전환 속도를 뽐내었으므로 진수로서는 애초부터 그걸 상대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진수가 로에게 지쳤던 것도 오늘 고백한 이유이기도 했다. 매듭을 짓고 싶었다. 언제까지나 그녀의 젊음을 어중간한 상태로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욕망이 생겼다.
진수에겐 저런 간단한 문자는 컴퓨터의 도움이 없어도 바로 읽을 수 있는 문자였다. 그 스스로가 디코딩 기계였다.
오늘 그는 로가 보는 앞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제야 로는 그가 지금까지 일부러 저 길고 괴상한 문자를 일부러 보냈음을 깨달았다. 진수는 이어 그녀에게 사이트 주소를 덧붙여 주었다.